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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리 —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그 말, 사실 1925년 은행 광고였다

“Compound interest is the eighth wonder of the world.” 흔히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말이다. 재테크 책, 유튜브, 강연에서 인용되는 횟수만 따져도 한 해에 수만 번은 될 거다.

문제는 — 아인슈타인이 한 적이 없다. 적어도 출처가 없다. 미국 인용 검증 사이트 Quote Investigator가 추적해보니, 이 문장의 가장 오래된 흔적은 1925년 미국 클리블랜드의 한 은행(Equity Savings & Loan) 광고였다. 이름 없는 카피라이터가 쓴 한 줄. 그러던 게 한참 후에 — Quote Investigator는 1988년 금융 애널리스트 A. Michael Lipper의 신문 글을 첫 아인슈타인 attribution으로 본다 — 누군가 “아인슈타인이 한 말”이라고 갖다 붙였다. 같은 자료에 따르면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의 The Ultimate Quotable Einstein도 이 문장을 아인슈타인이 했다는 증거가 없는 인용 항목에 분류해 놓았다.

그런데 — 광고가 가짜라고 산수까지 가짜인 건 아니다. 100년 전 익명의 카피라이터가 노린 게 그거다. 산수가 너무 강력해서, 누가 한 말이건 한 번 들으면 박힌다.

오늘은 그 산수를 한번 정직하게 그려보자. 진짜 한 번도 직접 그려본 적 없으면 — 곡선이 어떻게 휘는지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30년 후 통장은 다르다.

복리는 한 줄로 정의된다

미국 SEC investor.gov의 정의는 군더더기가 없다.

“Compound interest is the interest you earn on interest.” 복리란 이자에 붙는 이자다.

SEC가 직접 든 예시. 100달러를 5% 이자로 넣어둔다. 1년 뒤 105달러. 2년 뒤는 110달러가 아니라 110.25달러다. 그 0.25달러가 — 1년차에 받은 5달러 이자에 다시 붙은 이자다. 별것 아닌 것 같지? 같은 100달러를 25년 동안 두면 약 340달러로 늘어난다 (자료: SEC investor.gov). 처음의 3.4배. 5%로 이자에 이자가 붙기만 했는데.

비교 대상은 단리다. 단리는 원금에만 이자가 붙는다. 100달러 5%면 매년 5달러씩 정확히 붙는다. 25년이면 100 + 5×25 = 225달러. 단리의 25년치(125달러 이자)보다 복리의 25년치(240달러 이자)가 거의 두 배다.

이 차이가 5%, 25년에서 이미 두 배다. 시간을 30년으로 늘리고 수익률을 10%로 올리면 — 곡선이 휜다.

30년 곡선 — 직선이 아니라 휘어진다

100만 원을 한 번에 넣고 30년 둔다고 치자. 수익률은 10% (S&P 500의 1928-2024 명목 평균과 같다 — 뒤에서 다시).

차이가 4.4배다. 같은 원금, 같은 이자율, 같은 시간 — 그런데 결과는 4배.

100만 원 30년 — 단리 vs 복리 (10%) 100만 원을 한 번 넣고 30년 동안 둘 때, 단리는 400만 원으로 직선 증가하지만 복리는 1,745만 원으로 곡선 증가한다. 30년차 차이는 1,345만 원이며 곡선의 휘어짐은 20년 이후 본격화된다. 100만 원, 10%, 30년 — 단리는 직선, 복리는 휜다 SOURCE · SEC INVESTOR.GOV · S&P 500 1928–2024 NOMINAL CAGR ≈ 10% 2,000만 1,500만 1,000만 500만 100만 0 5 10 15 20 25 30년 단리 · 30년 400만 원 복리 · 30년 1,745만 원 (≈4.4×) 30년차 차이 1,345만 원. 곡선의 진짜 휨은 20년 이후 — 일찍 넣고 끝까지 안 건드린 사람만 그 뒷부분을 가져간다.

위 곡선에서 처음 5년은 단리와 복리가 거의 붙어 있다. 10년차에야 살짝 벌어지고, 20년 넘어가면서 복리 곡선이 본격적으로 휜다. 30년차에 차이가 1,345만 원. 복리의 본질은 ‘뒷부분에서 폭발적으로 휜다’는 점이고, 그래서 끝까지 안 건드린 사람이 이긴다.

Rule of 72 — 머릿속 계산기

복리는 식이 거꾸로 풀린다. SEC도 가르쳐 주는 Rule of 72. 72를 수익률(%)로 나누면 — 원금이 두 배 되는 햇수가 나온다.

30년에 7%면 약 3번 두 배 = 8배. 30년에 10%면 약 4번 두 배 = 16배. 위에서 그린 17.45배가 거의 들어맞는다.

이 룰이 무서운 이유는 — 머릿속에서 0.5초 만에 계산이 된다. 어떤 상품의 광고에 “연 4% 이자”라고 쓰여 있으면, 즉시 “두 배 되는 데 18년”이 나오고, “5%“면 “14.4년”이 나온다. 이 한 줄로 대출·예금·연금 광고를 거를 수 있다.

시간이 수익률을 이긴다 — 진짜 변수는 시간이다

복리에서 가장 잘못 알려진 게 있다. “수익률이 핵심”. 사실은 — 시간이 수익률보다 훨씬 강하다. 산수로 증명된다.

미국 재무 교육에서 자주 인용되는 Susan vs Bill 시나리오를 한국 숫자로 바꿔본다. 둘 다 7% 연 복리, 매년 말 한 번 적립.

Susan은 원금을 1/3만 넣었는데 9천만 원 더 받는다. 차이는 단 하나 — 10년 일찍 시작해서 그걸 안 건드렸다.

이 결과의 진짜 출처는 Susan의 31년이다. 30대 중반에 6,900만 원 정도였던 통장이 65세까지 31년을 7%로 굴려지면서 8배 가까이 커진다(1.07³¹ ≈ 8.15). Bill은 30년을 납입했지만 — 마지막 납입한 5백만 원은 단 1년만 굴려진다. 곡선의 뒷부분을 누가 가져가느냐, 그게 전부다.

시작 시점 × 수익률 — 보통 사람의 정답은 어디인가 시작 시점(가로축)과 수익률(세로축)의 4사분면. 1사분면(이른 시작 + 높은 수익)이 결과는 가장 크지만 실현 보장이 없다. 2사분면(늦은 시작 + 높은 수익)은 위험을 떠안는 만회 시도. 3사분면(늦은 시작 + 낮은 수익)이 가장 작다. 4사분면(이른 시작 + 평범한 수익)이 보통 사람이 노릴 수 있는 자리. 보통 사람의 정답은 4사분면이다 SUSAN VS BILL · 7% 명목 복리 · 65세 마감 기준 시작 시점 → 늦음 (45세) 이름 (25세) ↑ 수익률 12% 7% ① 유니콘 25세 시작 + 12% 최종 ≈ 59억 원 결과는 가장 크지만 12%는 *보장*이 없다. 시간 대신 행운에 의존 ② 만회 베팅 45세 시작 + 12% 최종 ≈ 4.9억 원 늦은 만큼 위험을 크게 떠안는 자리. 통계적으로 -30% 이벤트 동반 ③ 가장 작은 결과 45세 시작 + 7% 최종 ≈ 2.6억 원 시작이 늦으면 평범한 수익률로는 만회 어려움. 그래도 ④번보다 크게 작다 ④ 보통 사람의 정답 ★ 25세 시작 + 7% (Susan) 최종 ≈ 13억 원 시간이 수익률 부족을 갚는다. 변동성 견딜 마음 + 자동이체로 실현 가능한 자리. 매월 50만 원 적립, 65세까지 보유. 시간(20년)이 수익률(5%p)을 이긴다 — ① ④ 모두 25세 시작이 핵심.

시간 × 수익률 4사분면. 1사분면(이른 시작 + 높은 수익)이 가장 부럽지만 보장 안 된다. 4사분면(이른 시작 + 평범한 수익)이 사실상 보통 사람이 노릴 수 있는 자리다. 늦게 시작한 사람이 높은 수익률로 만회하려는 2사분면은 — 위험을 지나치게 많이 떠안는다.

현실의 숫자 — S&P 500이 알려주는 것

위 시나리오에서 7% 가정은 어디서 왔나. 미국 S&P 500의 1928-2024년 연 평균 수익률 약 10%에서 인플레이션을 빼면 실질 약 7%가 나온다 (자료: NYU Stern, Damodaran 데이터셋). 100년 가까운 데이터가 이걸 증언한다.

기억할 두 가지.

첫째, 10%는 평균이지 매년이 아니다. 1931년에는 -47%, 2008년에는 -38%, 1954년에는 +52%. 어떤 해는 통장이 반토막 난다. 그걸 견디는 사람만 평균을 가져간다. 30년 평균 10%를 누리려면 통장 반토막 이벤트를 두세 번 견뎌야 한다.

둘째, 인플레이션은 복리의 거울이다. 한국 소비자물가가 연 2%만 올라도, 30년이면 100만 원의 구매력은 약 55만 원으로 깎인다 (1.02³⁰ ≈ 1.81, 그 역수). 명목 수익률 7%로 30년에 7.6배 늘어난 통장도, 실질 구매력으로는 약 4.2배에 그친다. 그래도 4배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을 깎고도 시간 편이다.

그런데 왜 광고는 이걸 안 알려주나

1925년 클리블랜드 광고를 다시 보자. 그 광고는 변동성을 안 그렸다. 인플레이션도, 세금도, 수수료도. 그저 매끈한 곡선 하나. 그래서 광고였다.

복리의 산수는 진짜다. 다만 광고에서 빠진 네 가지가 있다.

  1. 변동성 — 평균 10%는 어떤 해 -40%를 포함해서 평균이다
  2. 인플레이션 — 명목 곡선의 30~40%가 깎일 수 있다
  3. 세금 — 수익에 세금이 붙으면 실질 수익률은 또 줄어든다 (한국 ISA·IRP·연금저축은 이걸 줄이려고 만든 제도다)
  4. 수수료 — ETF 0.05%와 적극투자 펀드 1.5%의 30년 차이는 곡선의 모양을 바꾼다 (1.015³⁰ ≈ 1.56, 즉 56% 줄어드는 효과)

이걸 다 빼고도 복리가 살아남는 게 핵심이다. 변동성·인플레·세금·수수료 다 빼고도 — 그래도 시간이 일하는 곡선이 남는다.

그래서 나는

복리는 마법이 아니다. 곡선이다. 곡선의 진짜 변수는 수익률이 아니라 시간이다. 그래서 내가 정한 룰은 단순하다.

오늘 한 가지만 가져가도 된다. 복리는 8대 불가사의가 아니다. 시간의 함수다. 곡선의 마지막 7년이 처음 23년보다 더 큰 걸 만든다. 거기까지 안 건드리고 가는 사람만 그 7년을 가져간다.

참고 자료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자 의견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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