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두 개의 신호가 하루 차이로 왔다.
먼저 4월 29일 오후, 연준이 4월 FOMC 결정을 발표했다. 정책금리는 3.50–3.75% 동결. 그런데 표결이 8-4였다. 4명이 반대표를 던진 건 1992년 10월 6일 회의 이후 처음이다 (자료: Federal Reserve press release, 2026-04-29, FOMC 1992-10-06 회의록). 동결 회의에서 4명이 갈라진 적이 한 세대 동안 없었다는 뜻이다.
다음날 4월 30일 오전 8시 30분, BEA가 3월 PCE를 발표했다. 코어 PCE는 전년 대비 3.2%. 두 달 전 2.8%, 한 달 전 3.0%였으니 다시 위로 꺾였다 (자료: BEA Personal Income and Outlays, March 2026, 2026-04-30 발표). 헤드라인 PCE도 +3.5%로 올라왔다.
겉으로 보면 그냥 “동결, 갈등은 늘 있다”로 끝낼 일이다. 그런데 그 갈등의 실체를 파고 들어가 보면 한 단어로 모인다 — 관세. 더 정확히는, 그동안 미국 수입업체가 어금니로 물고 있던 관세 비용이 마침내 미국 소비자한테 청구서로 도착하고 있는가, 아닌가에 대한 답이 갈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 풀어보고 싶은 건 그 한 가지다. 2025년부터 들어온 관세는 그동안 어디로 갔는가. 그리고 왜 지금 다시 인플레가 끈적해지는가. 한국에서 미국 ETF나 직투를 들고 있는 사람한테, 이게 그래서 뭔 상관인가.
관세는 어디로 갔는가 — 흡수 1년의 산수
먼저 관세 자체의 크기를 정리해두자. 미국의 평균 실효 관세율(weighted average applied tariff rate)은 2024년만 해도 2.4%였다 (Tax Foundation 2026 Trump Tariffs Tracker, 2026-04 업데이트). 그게 2025년에는 7.7%로 뛰었고, 2026년 4월 기준으로 11.7% 안팎이다. 1947년 이후 본 적 없는 수준이다.
올해 2026년만 해도 정책이 두 번 크게 흔들렸다. 2월 20일 미국 대법원이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관세를 6-3으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그게 끝나는 듯싶더니 4일 뒤 2월 24일,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를 발동해 약 1조 2,000억 달러어치 수입에 10% 관세를 다시 걸었다. 150일 한시여서 7월 24일에 자동 종료된다 (자료: 같은 Tax Foundation tracker). 4월 2일에는 철강·알루미늄·구리·의약품에 232조 관세가 새로 붙었다.
점선은 2025년 4월 라이버레이션 데이부터 7개월 시계가 도는 시작점. 그 시계가 다 돌면 2025년 11월. 빨간 박스의 2026년 5월은 그 시계가 돈 뒤로 6개월이 더 흐른 자리다 —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위치다.
이 모든 변동에도 물가는 한참 동안 점잖았다. 2025년 내내 코어 PCE는 위로 살짝 머리만 들이밀었다. 그래서 미국 안에서도 “관세는 인플레로 잘 안 옮겨졌다”는 해석이 한동안 다수였다.
흡수한 쪽은 미국 수입업체였다. 어떤 회사가 중국 가전을 사 와서 월마트에 깔아놓는다고 치자. 관세가 갑자기 25% 붙으면 답은 셋 중 하나다. (1) 가격에 그대로 얹어 소비자한테 넘긴다, (2) 본사 마진을 깎아 흡수한다, (3) 공급선을 베트남이나 인도로 옮긴다. 1년 동안 1번보다는 2·3번 비중이 컸다는 게 데이터에 박혀 있다.
세 갈래 모두 결국 같은 종착점(소비자 물가)으로 향한다. 다만 통과 속도가 다르다. ①은 본사 P&L에서 지금 빠지고, ②는 길게 ROIC를 깎고, ③은 시차를 두고 CPI/PCE에 박힌다. 2025년에는 ①과 ②가 다수였고, 지금부터는 ③이 무거워진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알베르토 카발로(Alberto Cavallo) 교수 팀이 미국 대형 소매 가격을 일별로 긁어 만든 Tracking the Short-Run Price Impact of U.S. Tariffs 페이퍼를 보면, 7개월 시점에서 관세 비용 중 약 19.8%(전체 적용 관세 기준)가 소매 가격에 반영됐다. 관세율 15% 미만 품목은 15.2%만 패스스루됐고, 15% 이상 고관세 품목은 24.1%까지 올라갔다. 이 페이퍼는 7개월 시점에 소비자가 진짜 부담한 몫을 약 43%로 따로 추정한다 — 패스스루(가격 반영)와 부담 분담(누가 비용을 무는가)은 다른 개념이라는 점을 짚어두고 싶다. 비교 대상으로 둔 2018–2019년 1차 트럼프 무역전쟁 때는 같은 1년 시점에 약 5%만 소매로 흘렀다. 이번 사이클은 더 빠르고 더 크다. 흡수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
흡수의 끝, 그리고 연준 안에서 갈리는 답
여기까지가 작년 이야기다.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연준 본부 리서치팀(Robert Minton·Madeleine Ray·Mariano Somale)이 4월 8일에 낸 FEDS Notes “Detecting Tariff Effects on Consumer Prices in Real Time – Part II”는 이 흡수가 사실상 끝났다고 본다. BEA 글로벌 밸류체인 투입산출표로 PCE 59개 코어 재화 항목별 수입 비중을 환산하고, 분포 시차 회귀로 가격 반응을 추정한 게 이 페이퍼의 뼈대다.
핵심 결론은 단순하고 셌다.
- 2025년 1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코어 재화 PCE는 누적 +3.1% 올랐다.
- 그 상승 폭의 전부가 관세로 설명된다 (“tariffs can explain the entirety of the excess inflation in the core goods category”).
- 코어 PCE 전체로 보면 관세는 +0.8%포인트 기여했다.
- 패스스루는 정책 시행 7개월 시점에 거의 100%(달러당 1달러)에 도달했다.
쉽게 말해 연준 본부의 모형은 “흡수 기간이 평균 7개월 정도였고, 그 끝에 결국 다 소비자한테 넘어왔다”고 적어둔 셈이다. 그리고 2025년 4월 라이버레이션 데이 이후 7개월은 2025년 11월. 그 뒤로 들어온 인플레 데이터가 점점 끈적해지는 이유와 시점이 얼추 맞물린다.
샌프란시스코 연준의 3월 30일 Economic Letter는 한 발 더 나간다. 16개 선진국 1980–2022년 데이터로 본 결과, 관세는 1년차에는 헤드라인 인플레를 약 1%포인트 눌렀다가(수요 위축) 2년차부터 재화 가격을 +1.2%포인트 끌어올리고, 3년차에는 서비스 가격까지 +0.6%포인트 밀어 올린다. 핵심은 서비스의 끈적함이다. 미국 CPI 바스켓에서 서비스 비중이 약 60%(에너지 서비스 제외 기준 60.7%, 전체 서비스 기준 64%; 자료: BLS CPI relative importance, 2025)로 절반을 훌쩍 넘으니, 서비스 쪽 0.6%포인트가 4년차까지 0.5%포인트로 천천히 빠진다는 건 결코 작은 그림이 아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한 발 더 비관적이다. 1월 20일 PIIE 블로그 “The risk of higher US inflation in 2026”에서 피터 오르샤그(Peter Orszag)와 아담 포센(Adam Posen)은 2026년 말 PCE 인플레가 시장 컨센서스를 깨고 4%를 넘길 수 있다고 봤다. 관세 패스스루뿐 아니라 재정 적자 확대, 이민정책으로 인한 노동시장 타이트닝, 사실상 느슨한 통화정책, 슬금슬금 올라가는 기대인플레가 합쳐진 그림이다.
여기까지면 “관세 → 인플레 부활”이 거의 정설로 자리잡은 듯 보인다. 그런데 같은 연준 안에서 정반대 결론이 나왔다.
미니애폴리스 연준 리서치는 Tariffs can’t explain rising goods inflation에서 코어 재화 인플레의 패턴이 관세 패턴과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회계적으로 관세 영향을 그대로 곱해 보면 코어 PCE 초과분에 약 0.5%포인트가 보태지지만, 실제로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품목들이 관세가 가장 많이 붙은 품목과 잘 안 겹친다는 게 핵심이다. 정책 시행에 따라 물리적으로 일치하는 카테고리만 추리면 0.2%포인트 정도라는 게 이 팀의 결론이다. 같은 시기 같은 데이터를 들고 같은 연준 안에서 +0.8(본부), +0.5에서 +0.2 사이(미니애폴리스)로 답이 두세 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정책 메시지로 보면 그 차이가 천양지차다.
같은 데이터, 4가지 답. 시장(왼쪽 아래)은 미니애폴리스에 더 가까이 베팅하고 있다. 만약 정답이 오른쪽 아래(SF·PIIE)라면 시장 컨센서스가 가장 멀리 떨어진 셈이다. 연준 본부(오른쪽 위)와 SF·PIIE(오른쪽 아래)의 차이는 얼마나 끈적한가에 있다.
4명의 반대표가 가리키는 것
이 학문적 균열이 정책으로 흘러나온 게 바로 4월 FOMC 8-4였다. 동결을 찍은 8명은 본부·SF·PIIE 라인의 “패스스루가 더 갈 수 있으니 인하는 신중하게”에 가깝고, 반대한 4명 중 미란(Stephen Miran) 이사처럼 지금이라도 25bp 인하를 외친 쪽은 “수요는 식는데 관세는 일회성 가격충격이지 추세 인플레가 아니다”는 미니애폴리스적 해석에 가깝다.
3월 SEP를 다시 들춰보면 도트플롯 중간값은 2026년 1차례 인하다 (Federal Reserve SEP March 2026, 2026-03-18). 같은 SEP에서 2026년 실질 GDP 성장률 중간값은 2.4%로 잡혔다. 평년에 가까운 성장 전망에 인하 횟수만 한 번으로 줄여둔 그림이다 — 인플레가 위로 끈적하다는 합의가 이 한 점에 박혀 있다.
5월 28일 4월 PCE가 풀린다 (BEA 2026 release schedule). 이게 첫 번째 진실의 시간이다. 이번에 +3.4% 정도가 찍히면 패스스루 시점이라는 본부·SF·PIIE 라인이 한층 굳어진다. 반대로 +3.0% 아래로 다시 미끄러지면 미니애폴리스 라인이 힘을 얻는다. 다음 FOMC는 6월 16–17일이고, 같은 회의에서 새 SEP·도트플롯이 함께 나온다 (FOMC 2026 일정). 7월 24일 122조 관세 만료까지가 한 묶음이다.
한국 독자에게 이게 왜 중요한가
여기까지 읽었다면 두 가지 질문이 남는다. 그래서 내 미국 ETF에 뭐가 어떻게 영향을 주는가. 그리고 환율은.
첫 번째. 멀티플(주가/이익)은 수학적으로 “장기 무위험금리”의 함수다. 인플레가 위로 끈적하면 연준은 인하를 늦추고, 10년물 미국 국채 금리는 더 오래 높게 유지된다. 그러면 빅테크처럼 미래 현금흐름이 큰 비중인 종목일수록 현재가치 할인이 커져 멀티플이 눌린다. 우리가 4월 한 달 만에 S&P 500 +10.4%, 나스닥 +15.3% 같은 숫자를 봤던 건 (Crestwood Advisors May 2026 Update, 2026-05) 시장이 “관세는 일회성, 인하는 결국 온다”는 가벼운 가정에 베팅한 결과다. 그 가정이 깨지면 4월 같은 랠리는 곧장 변동성으로 바뀐다.
두 번째. 환율은 더 미묘하다. 인플레와 금리가 위로 가면 원-달러는 떨어질 (원화 약세)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한국에서 산 미국 ETF는 주가는 누르더라도 환차익은 보탠다. 이 두 힘이 어느 쪽이 더 세냐가 중요한데, 과거 패턴은 멀티플 압축이 환차익을 이기는 경우가 더 많았다. 다만 한국의 미국 직투 보관계좌는 시장의 통념상 빅테크 소수 종목으로 쏠려 있다는 인상이 강한데, 그 쏠림이 사실이라면 멀티플 리스크가 그대로 가계 위험으로 번역된다.
세 번째 — 이건 가설인데 나는 서비스 인플레의 끈적함이 더 큰 그림이라고 본다. SF Fed가 말한 3년차 +0.6%포인트가 진짜라면, 미국 임금 → 서비스 가격 → 인플레 기대 → 임금이라는 사이클이 다시 깔린다. 이건 수입업체 마진을 깎는 식으로는 막을 수 없는 종류의 인플레다. 미국 외주에 매출이 큰 한국 IT·뷰티·자동차 부품 회사들도 미국 내 인건비/렌트가 끈적하면 동일한 비용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나는
확신 없다. 본부·SF·PIIE 라인이 맞을 수도 있고, 미니애폴리스가 맞을 수도 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 4명의 반대표가 의미하는 균열이 6월에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5월 28일 4월 PCE, 6월 16–17일 FOMC와 새 SEP·도트플롯, 그리고 7월 24일 122조 관세 만료까지가 한 묶음이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 개인 노트의 체크포인트는 단순하다. 그 사이 코어 PCE가 한 번이라도 3.4% 위를 찍는지, 아니면 3.0% 아래로 두 번 연속 미끄러지는지를 본다. 어느 한쪽이 분명해지기 전까지는 4월 한 달의 +10% 랠리 같은 흥분 위에 새 포지션을 더 얹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이건 내가 어떤 숫자를 보고 어떻게 생각을 다시 정리할지에 대한 메모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매매하라는 권유는 결코 아니다.
물론 나도 틀릴 수 있다. 작년에 한 번 크게 틀렸으니까.
참고 자료
- BEA — Personal Income and Outlays, March 2026 (Apr 30, 2026) — 코어 PCE 3.2%, 헤드라인 PCE 3.5% 1차 자료
- Federal Reserve FEDS Notes — Detecting Tariff Effects on Consumer Prices in Real Time, Part II (Apr 8, 2026) — 7개월 시점 100% 패스스루, +0.8pp 코어 PCE 기여
- San Francisco Fed Economic Letter — The Effects of Tariffs on the Components of Inflation (Mar 30, 2026) — 재화 vs 서비스 시차, 서비스 끈적함
- Minneapolis Fed — Tariffs can’t explain rising goods inflation (2026) — 회계 0.5pp / 정합 0.2pp 반론, 패턴 불일치
- PIIE — The risk of higher US inflation in 2026 (Orszag·Posen, Jan 20 2026) — 2026년 말 PCE 4% 초과 시나리오
- Cavallo·Llamas·Vazquez — Tracking the Short-Run Price Impact of U.S. Tariffs (Pricing Lab) — 7개월 시점 ~19.8% 소매 패스스루, 2018–19 대비 빠름
- Tax Foundation — Trump Tariffs & Trade War Tracker (April 2026 update) — 평균 실효 관세율 11.7%, IEEPA 위법 판결, 122조 한시 관세
- Federal Reserve 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Mar 18, 2026) — 2026년 1차 인하 도트, 실질 GDP 성장 중간값 2.4%
- Federal Reserve press release — FOMC April 29, 2026 — 8-4 동결, 1992년 10월 이후 처음의 4반대
- BLS CPI Relative Importance, December 2025 — 미국 CPI 바스켓 서비스 비중 출처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자 의견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