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워싱턴에서 벌어진 건 단순한 청문회가 아니었다. Trump가 지명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 Kevin Warsh가 상원 은행위원회 앞에 앉아서 이렇게 말했다. “I think that means a regime change in the conduct of policy. I think that means a different, new inflation framework.” (자료: CNBC, 2026-04-21)
Fed 의장 후보가 “연준의 레짐 체인지”를 공언하는 장면이다. 이걸 그냥 흘려 보낼 수 없다. 내 은행 대출, 미국주식, 달러환율이 전부 이 사람 입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같은 날 다른 공화당 상원의원 한 명이 “난 인준 못 해 준다”고 못 박았다. 그래서 Warsh는 지금 공중에 떠 있다. 파월의 의장 임기는 2026년 5월 15일에 끝난다 (자료: Brookings, 2026-04). 스물네 번째 날이 남았다는 뜻이다.
어제 청문회에서 벌어진 일
오프닝 스테이트먼트에서 Warsh가 꺼낸 첫 문장이 이거였다. “Inflation is a choice, and the Fed must take responsibility for it.” (자료: Fortune, 2026-04-21) 인플레이션은 선택이고, 연준이 책임져야 한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은 3.3%. 연준의 공식 타깃은 2%다. Warsh는 그 1.3%p 갭을 “우리가 만든 실패”로 규정하고, “일단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뿌리 내리면 다시 끌어내리기가 더 어렵고 더 비싸진다” 고 말했다. 그래서 프레임워크 자체를 뜯어고치겠다고 한다.
뒤이어 가장 직설적인 Q&A가 나왔다. 공화당의 John Kennedy 의원이 물었다. “당신이 Trump 대통령의 human sock puppet이 되는 건 아닌가?” Warsh는 1초도 안 걸렸다. “Senator, absolutely not.” (자료: CNN Business, 2026-04-21)
그리고 덧붙였다. “The president never once asked me to commit to any particular interest rate decision, period.” 대통령이 나한테 특정 금리 결정을 약속하라고 요구한 적은 한 번도 없다 — 단언. 시장은 Warsh가 Trump의 압박에 순응해 금리를 내릴 거라고 두 달 내내 가격에 반영해 왔는데, 본인이 앉아서 이걸 부인한 셈이다.
반대편에서는 Elizabeth Warren이 “uniquely ill-suited” — 유례없이 부적합한 인사 — 라고 Warsh를 찍어 눌렀다. 근거는 두 가지였다. 첫째, 2006–2011년 Fed 이사로서 금융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것. 둘째, “Trump가 2020년 대선에서 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Warsh가 직답을 피했다는 것.
Warsh는 누구인가 — 35살 Fed 이사의 귀환
솔직히 나는 Warsh가 이름만 익숙했지 배경은 잘 몰랐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부터 정리하는 게 먼저다.
- Stanford 공공정책 학사(1992), Harvard 로스쿨(1995). Morgan Stanley M&A 부서에서 7년 근무. 뱅커 출신이다.
- 2002년 George W. Bush 백악관 경제정책 특별보좌관.
- 2006년 2월, 만 35살에 Fed 이사회 멤버로 선서. 역대 최연소다 (자료: Federal Reserve History).
- Bernanke 체제에서 G-20 대표, 아시아 신흥시장·선진시장 emissary 역할.
- 2010년 11월 FOMC에서 QE2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동시에 Wall Street Journal에 비판 op-ed 를 실었다. 본인 표현으로는 “we are past the point of diminishing returns” — 한계효용이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뜻.
- 2011년 3월, 임기가 2018년까지 남아 있는데 사임했다. QE 지속에 대한 반대가 이유였다.
- 그 이후 15년을 Stanford Hoover Institution 펠로우로 쓰고, UPS 이사회에도 앉고, Stan Druckenmiller 옆에서 투자도 배웠다. 결혼 상대는 Estée Lauder 손녀 Jane Lauder.
오프닝 스테이트먼트에서 Warsh가 직접 mentor로 호명한 이름들이 꽤 상징적이다. George Shultz(전 국무·재무장관), Stan Druckenmiller, Condoleezza Rice. 통화정책 학계 인사가 아니라 “정책 + 금융 + 외교”를 잇는 인맥이다. 이게 그가 “연준이 자기 lane에 머물러야 한다”는 주장을 자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화정책을 경제학자 길드의 내부 문제로 보지 않는다.
그가 바꾸겠다는 4가지
청문회 발언과 최근 글·강연을 모아보면 Warsh의 “regime change” 공약은 4가지로 추릴 수 있다.
(1) Forward guidance 폐기 또는 대폭 축소. Bernanke가 2012년 도입한 FOMC dot plot — 각 위원들이 “내 생각엔 금리가 몇 년 뒤 이쯤 될 거다”를 점으로 찍어 공개하는 표 — 의 권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분기별 기자회견도 당연한 게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본다. 파월도 최근 “The dots are not a great forecaster of future rate moves” 라고 인정한 적이 있는데 (자료: Bankrate, Fed chair remarks), Warsh는 한 걸음 더 나가서 “너무 많은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시장을 묶는다”는 입장이다.
(2) Core PCE의 지위 격하. 연준이 지난 20년간 물가 판단의 중심에 둔 Core PCE — 식품·에너지 빼고 계산하는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 에 대해 Warsh는 청문회에서 “rough swag as to what was going on” 이라고 했다. 대충 어림잡은 숫자 정도, 라는 뉘앙스다. 대체 지표가 뭐가 될지는 아직 말 안 했다.
(3) FOMC 회의 수 축소 검토. 1980년대 이래 연준은 1년에 8번 모인다. Warsh는 “그게 꼭 그래야 할 이유가 있나”고 공개적으로 물어본다. 회의가 줄면 발표 빈도도 준다. 시장은 새 숫자에 덜 휘둘리게 되지만, 예상 밖 이벤트가 터질 때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4) $6.7조 대차대조표 축소. 이게 사실상 가장 중요한 주제다. Warsh가 Fed 이사였던 2006년, 연준 대차대조표는 약 $8,000억이었다 (자료: Fortune, 2026-04-21). 지금은 $6조 7,000억. 20년 만에 8배가 됐다. 청문회에서 Warsh는 이 대차대조표가 “quite unhelpful”하다고 했고, 연준이 자산 가진 사람과 안 가진 사람 사이의 격차 — 요즘 말로 K-shaped economy — 에 “not blameless”라고 직접 인정했다 (자료: CNBC, 2026-04-21).
이 네 가지를 한 문장으로 바꾸면 이렇다. “시장에 덜 이야기하고, 사고 판 자산을 덜 가지고, 물가 기준을 다시 쓴다.” 한 쪽은 그걸 원칙으로 본다. 다른 쪽은 이걸 Trump가 원하는 금리 인하를 위한 프레임 재설정으로 읽는다.
왼쪽은 현 Powell 체제의 기본 도구 세트, 오른쪽은 Warsh가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제안한 방향이다. 모든 항목에서 “연준이 시장과 덜 대화하고, 더 작은 발자국을 남긴다”는 공통점이 보인다. 단, 2번째(dot plot)와 3번째(core PCE) 줄만 보면 Powell 체제 내부에서도 이미 자기 한계를 인정하고 있다는 게 흥미롭다.
인준이 막혔다 — Tillis와 파월 개보수비 조사
문제는 이 모든 비전이 당장 실현될 수 있느냐인데, 거기서 막혀 있다.
은행위원회 산수: 공화당 13명, 민주당 11명. 한 명이라도 이탈하면 12–12 동수가 되고, 동수는 위원회 통과가 안 된다 (자료: CNN Business, 2026-04-21). 본회의 표결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North Carolina의 Thom Tillis — 이번 임기로 은퇴하는 공화당 중진 — 가 청문회 중간에 이렇게 말했다. “Let’s get rid of this investigation so I can support your confirmation.” 법무부 조사를 먼저 종결하라, 그래야 내가 찬성한다. 조건부 반대다.
문제의 조사는 파월 의장 본인을 대상으로 한다. Fed 본부 개보수비가 예상보다 훨씬 불었다는 논란에서, 파월이 의회에서 한 증언이 맞았는지 아닌지를 DC 연방검사 Jeanine Pirro 사무실이 조사하고 있다. Pirro 검사는 조사 중단 거부 입장이다. DOJ가 먼저 손을 떼지 않으면 Tillis는 안 움직인다. 공화당 단독으로 Warsh를 통과시킬 카드가 없다.
파월 이후의 미확정 경로 — 3가지 시나리오
5월 15일이 지나면 어떻게 되냐. 여기가 가장 헷갈리는 지점이라 정리한다.
시나리오 A — 마지막 순간에 인준 통과. DOJ가 꼬리를 내리든, Tillis가 다른 조건을 받아들이든. 시장이 안도하고 Warsh가 취임. 이 경우도 그가 공약한 “regime change”가 실제로 몇 분기 안에 구현될지는 별개. 취임 3–6개월 안엔 관망 구간일 가능성이 크다.
시나리오 B — 파월의 pro tempore 연장. Fed 이사회 규정상, 의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 기존 의장이 임시(chair pro tempore)로 계속 앉을 수 있다. 파월 본인이 최근 “no intention of leaving the board until the investigation is well and truly over with transparency and finality” 라고 공언했다 (자료: CNN Business, 4/19 analysis, 2026-04-19). 참고로 파월의 이사 임기 자체는 2028년 1월까지 유효하다.
시나리오 C — Trump의 해임 시도. Trump는 파월이 임시 의장 자리에 앉는 걸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이미 공개 발언했다. 해임이든 강제 사퇴 압박이든 시도하면, Fed 의장의 해임 권한 범위는 미국 법원의 해석 영역이다. 대법원까지 올라갈 수 있고, 그 기간 자체가 시장의 변동성 이벤트가 된다.
이 세 경로가 지금 동시에 열려 있다. 시장이 “레짐 체인지 가격”을 반영하기 힘든 이유다. 어느 노선으로 가느냐에 따라 1년 금리 전망, 달러 강도, 장기 국채 수익률이 전부 다르게 움직인다.
굵은 파란 점이 어제 4/21 청문회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24일 남았다 — 5/15에 Powell의 의장 임기가 공식 종료된다. 그 지점을 지나자마자 시나리오 A/B/C 중 하나가 현실이 된다. 지금 시장이 가격에 반영해야 하는 건 “어떤 시나리오냐”가 아니라 “세 갈래가 동시에 살아 있다”는 불확실성 그 자체다.
한국 독자에게: 내 돈에 뭐가 달라지나
여기까지만 보면 “미국 정치 드라마 한 편” 같다. 그런데 돈의 각도로 다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첫째, 달러-원 환율. Warsh는 명시적으로는 “Trump의 금리 인하 요구에 굴복할 의사 없음”을 밝혔다. 그럼에도 시장은 그의 “regime change” 공약을 완화 편향으로 읽는 쪽이 다수다. 대차대조표를 줄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내리는 조합이 Warsh가 수년간 옹호해 온 그림이라서, 시장 컨센서스는 “달러 점진 약세”로 기울고 있다는 보도다 (자료: CNBC, 2026-02-03). 달러가 약해진다는 내러티브가 가격에 반영되면, 달러-원은 추세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는다. Bank of America도 2026년 USD/KRW 하락 전망을 유지 중이다 (자료: Investing.com 인용 BofA 리포트). 미국주식을 보유한 한국 투자자는 원화 환산 수익률이 이 구간에서 얻어맞을 수 있다.
둘째, 미국주식 밸류에이션 할인율. Warsh 공약의 근저에는 “연준 대차대조표 축소 = 시장 유동성 축소”라는 논리가 깔려 있다. 문자 그대로 적용되면 성장주 밸류에이션의 할인율이 높아진다. 반대로 금리 인하가 동반되면 할인율은 내려간다. 두 힘이 반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순 방향 베팅이 어렵다. 한국 개인 투자자들은 2025년 한 해 동안 약 $31bn을 미국주식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된다 (자료: Bloomberg, 2025-12-08). 전년 대비 3배 가까운 규모다. “미국 의장 바꿔 봤자 나랑 상관없다”는 포트폴리오는 한국에 많지 않다.
셋째, 한국은행의 움직임. Fed가 완화 사이클로 확실히 들어가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력이 늘어난다. 2025년 11월 BOK 결정에서도 환율·자본유출 리스크 때문에 인하를 못 한 게 핵심 포인트였다 (자료: CNBC, 2025-11-27). Warsh 체제가 “dollar weakening” 방향으로 확정되면 한국 주담대·신용대출 금리에 한 번 더 내림 여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시나리오 C(해임 소송)로 가면 FX 변동성 자체가 BOK의 인하 여력을 다시 잠가 버린다.
한 줄로: Warsh 이슈는 미국만의 이슈가 아니라 원화 대출 금리, 달러 투자 수익률, 한국 수출 물가에 동시에 꽂히는 사건이다.
그래서 나는
솔직히 말하면 Warsh에 대한 판단은 아직 보류다. 이 사람은 두 얼굴이 공존한다.
한쪽 얼굴: 2010년에 QE 위험성을 본인 이름 걸고 비판했고, 2011년에 Fed 이사 자리에서 실제로 사임했다. 자리 지키려고 눈 감는 타입이 아니었다. 청문회에서 “sock puppet” 질문을 정면으로 받아치고, Trump가 금리 결정을 요구한 적이 없다고 못 박은 것도 이 각도에서 읽힌다.
다른 얼굴: 지명권자가 Trump이고, Trump는 공개적으로 “Fed가 금리를 더 내려야 한다”를 수년째 반복해 왔다. Warsh가 내세우는 “regime change” 의제가 결과적으로 Trump가 원하는 방향(통화 완화, 전통적 프레임 해체)과 우연히도 겹친다. Tillis가 버티는 동안에도, Warsh 스스로 Trump와의 선을 더 공격적으로 그을 인센티브는 약하다. 그가 의장이 되려면 결국 Trump의 정치적 자산이 필요하다.
그 긴장을 시험할 첫 신호는 취임 후 첫 FOMC에서 반대표의 색깔이다. 매파적 반대표가 있는 회의에서 Warsh가 이끄는 연준이 어느 방향으로 꺾이느냐 — 거기서 원칙론자인지 정치인인지 드러날 것이다. 그때까진 이 사람을 “하나의 방향성”으로 포지션 잡기에 근거가 약하다.
내 포트폴리오에선 당분간 달러 자산 비중을 극단적으로 기울이는 선택은 피할 생각이다. 5월 15일까지 남은 시나리오 세 가지 중 어느 쪽이 현실이 되든, 첫 한 달은 변동성 구간이다. 이벤트가 일단 지나간 뒤 방향을 보는 게 낫다. 틀리면 그때 고치면 된다.
참고 자료
- CNBC: Warsh emerges from hearing with ‘regime-change’ plan intact — 청문회 분석. Warsh의 정책 공약 4가지 정리에 사용
- CNN Business Live: Kevin Warsh confirmation hearing — sock puppet Q&A, Tillis 발언, 위원회 12-12 산수, Warren의 “uniquely ill-suited” 발언 근거
- Fortune: Warsh Opening Statement full text — “Inflation is a choice” 원문과 mentor(Shultz, Druckenmiller, Rice) 언급
- Fortune: Warsh era, balance sheet, inflation — $6.7T 대차대조표와 Warsh의 wealth inequality 발언
- CNN Business: Fed chair succession saga — pro tempore 시나리오, Powell의 2028년 1월 이사 임기
- Brookings: Who has to leave the Fed next? — 파월 임기 5/15, 다른 이사진 임기 타임라인
- Federal Reserve History: Kevin M. Warsh — 2006–2011 Fed 이사 재직 공식 기록
- CNBC: Why Warsh’s efforts to shrink the Fed balance sheet might not wreck markets this time — ‘rate cuts with QT’ 조합에 대한 시장 분석
- Bloomberg: South Korean Retail Traders ‘Livid’ Over Won Slide Blame Game — 한국 개인 2025년 미국주식 순매수 $31bn 출처
- CNBC: South Korea keeps rates steady as FX risks limit easing scope — BOK FX·자본유출 리스크로 인하 보류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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