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Waaagle
Go back

ServiceNow −18%, TI +19% — 같은 'AI 수혜주'가 갈라진 하루

어제 뉴욕 장에서 반대 방향으로 튄 숫자 두 개를 동시에 봤다.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 하루 +19.0%, 2000년 이후 최대 상승률이었다. 같은 날 ServiceNow(NOW)는 −17.7%, 시가총액 5분의 1이 증발했다(자료: CNBC, 2026-04-23).

둘 다 “엔비디아 시대의 친구들”로 분류되던 이름이다. 한쪽은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아날로그 칩을 팔고, 한쪽은 그 데이터센터 위에서 돌아가는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판다. 어제 시장은 이 둘을 전혀 다르게 가격 매겼다.

오늘의 숫자

지표종가전일 대비
S&P 5007,108.40−0.41%
Nasdaq Composite24,438.50−0.89%
Dow Jones Industrial49,310.32−179.71 pt (−0.36%)
VIX18.92거의 보합
10년물 미 국채4.30%−0.01%p
WTI 원유$95.85+3.0%
Brent 원유$105.07+3.0%

(자료: CNBC Markets Live · FRED DGS10 · FRED VIXCLS · CNBC Oil, 2026-04-23 마감 기준)

이틀 전만 해도 S&P와 나스닥은 나란히 사상 최고를 찍었다. 어제는 둘 다 후퇴했다. 그런데 후퇴의 모양이 균일하지 않았다. S&P 500 내에서 오른 종목은 36.5%(2,033개)뿐이었지만(자료: TheStreet, 2026-04-23), 섹터로 보면 유틸리티 +2.80%, 산업재 +1.75%, 필수소비재 +1.65%가 오히려 강했다.

지수는 빠졌는데 “방어주 + 물리적 인프라”는 올랐다. 여기부터가 오늘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1. 엔터프라이즈 SaaS가 한꺼번에 무너진 하루

하루 안에 무너진 소프트웨어 종목을 줄 세워보자.

(자료: CNBC · Yahoo Finance, 2026-04-23)

방아쇠는 두 개의 실적이었다. 그런데 숫자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IBM은 4월 22일 장 마감 후 Q1 2026을 공개했다. 조정 EPS $1.91(예상 $1.81), 매출 $15.92B(예상 $15.62B)로 둘 다 컨센서스를 이겼다(자료: CNBC, 2026-04-22). 그런데 경영진이 “연간 가이던스는 그대로”라고 선을 그었다. 실적이 좋으면 가이던스도 올려줄 걸로 기대했던 시장이, 이 보수성을 실망으로 읽어버렸다.

ServiceNow는 그보다 심각했다. Q1 EPS는 컨센서스($0.97)에 딱 맞췄고, 매출 $3.77B도 예상($3.75B)을 살짝 이겼다(자료: Motley Fool, 2026-04-23). 문제는 가이던스였다. 구독 매출 성장률이 환율 조정 기준 21.0~21.5%로 제시됐고, 연간 총이익률(gross margin) 목표가 81.5%로 나왔는데 이게 월가 기대치 82.1%보다 낮았다.

여기에 중동 지역 딜이 지연됐고, $7.75B 규모의 Armis 인수에 따른 마진 희석이 겹쳤다. 애널리스트들은 그날 안에 목표가를 잘랐다. 골드만삭스 $188 → $163, Jefferies $175 → $135, Piper Sandler $200 → $140 (자료: Motley Fool, 2026-04-23). 대부분은 Buy 등급 자체는 유지했다. “장기 테제는 안 바뀌지만, 지금 값에선 못 사주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가격 반응의 크기가 이상하다. EPS는 인라인, 매출은 살짝 비트. 그런데도 하루 −18%. 시장이 보고 있는 건 분기 숫자가 아니라 더 큰 질문이다.

2. “AI가 SaaS를 갉아먹을 것이다”라는 새 두려움

24/7 Wall St.의 분석은 Salesforce의 −9% 하락을 한 줄로 요약했다. “섹터 전체의 패닉이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밸류에이션을 난도질하고 있다”(자료: 24/7 Wall St., 2026-04-23).

구체적인 두려움은 이런 것이다. 고객사가 이제 AI 도구로 자체 워크플로를 만들 수 있게 되면, “X사 클라우드 구독을 매년 갱신한다”는 SaaS 모델이 필요 없어진다. 요청 한 번에 AI 에이전트가 대신 일하는 세계에선, 좌석(seat) 수 기준 가격 책정이 무너진다. Salesforce의 Agentforce ARR이 $800M까지 올라오긴 했지만(자료: Salesforce FY26 실적, 2026-02), 이게 기존 CRM 구독을 대체하는 건지 보완하는 건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

ServiceNow의 반응이 그렇게 컸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총이익률이 82%에서 81.5%로 0.6%p 낮아진 건, 평시라면 조정 가능한 변수다. “소프트웨어 마진은 여기서 더 내려갈 수 있다”는 의심이 깔린 상태에선, 이 0.6%p가 방향 지시등처럼 읽힌다.

IBM의 “가이던스 동결”도 그래서 더 아프게 맞았다. 평소라면 보수적 경영이라고 칭찬받을 일인데, 어제 시장은 “AI 시대에 왜 더 공격적으로 못 나서나”라고 되물었다.

3. 반대편 — 칩과 전력이 왜 샀나

같은 시간, 시장은 물리적 인프라엔 돈을 꽂고 있었다.

Texas Instruments: 아날로그의 조용한 반등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XN)는 신기록을 썼다. Q1 2026 매출 $4.83B(예상 $4.53B), EPS $1.68(예상 $1.36). 매출은 전년 대비 +19% 성장. CEO Haviv Ilan은 실적 콜에서 “데이터센터 세그먼트 매출이 전년 대비 약 90% 증가했다”고 밝혔고, 산업 부문도 +30% 찍었다. Q2 가이던스는 $5.0B~$5.4B로 한 계단 더 올렸다(자료: CNBC TXN, 2026-04-23).

TI가 만드는 건 화려한 GPU가 아니다. 아날로그 칩 — 전원 관리(PMIC), 신호 변환, 센서 인터페이스 같은 “그림자 부품”이다. AI 서버 한 랙에 NVIDIA H100 여덟 장이 들어가려면, 그 뒤에 TI나 Analog Devices가 만든 전원·신호용 칩이 수십 개 따라 들어간다. 데이터센터가 지어질수록 TI 아날로그 부문이 수주를 받는다. 어제 +19%의 진짜 내용은 “AI 낙수가 아날로그까지 내려왔다”는 확인이었다.

2000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는 건 분기 숫자가 아니라 포지셔닝이다. 지금까지 TI 같은 “지루한 아날로그” 이름은 AI 랠리에서 제대로 가격 매겨지지 않았다. 어제 한꺼번에 바뀌었다.

GE Vernova: 변압기 파는 회사가 올해의 종목이 될 수도 있다

GE Vernova(GEV)는 하루 전(4/22)에 Q1을 공개했고, 어제도 장중 강세를 유지했다. 숫자를 꺼내보자.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매출 $44.5B45.5B(기존 $4445B), EBITDA 마진 1214%(기존 1113%), FCF $6.5B7.5B(기존 $55.5B) — 중간값 기준 FCF +40%다. 백로그 $200B 도달 시점은 기존 2028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겼다(자료: Reuters via Investing.com, 2026-04-22).

가장 눈에 띈 건 이 한 줄이었다. “Q1 전기화(Electrification) 부문 내 데이터센터 수주가, 2025년 연간 수주 총액을 이미 넘어섰다.” 작년 1년치 수요가 올해 1분기에 몰렸다는 뜻이다.

AI 모델을 돌리려면 GPU가 필요하다. GPU를 돌리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전기를 대려면 변압기, 가스터빈, HVDC 스위치가 필요하다. GEV는 그 마지막 층을 공급한다. 어제 시장이 GEV에 돈을 넣은 이유는 단순하다. 이 체인은 AI 스택이 어떻게 진화하든 계속 전기를 더 많이 쓴다.

4월 23일 — 같은 "AI 수혜주"가 갈라진 하루 S&P 500 −0.41% · Nasdaq −0.89% · Dow −0.36% (그러나 섹터 내부는 달랐다) 물리 AI 스택 수혜 ↗ 칩·전력·인프라 — "AI에 물건 납품하는 쪽" Texas Instruments (TXN) +19.0% Q1 매출 $4.83B (+19% YoY), 데이터센터 +90% EPS $1.68 (예상 $1.36), Q2 가이드 $5.0–5.4B → 2000년 이후 최대 일일 상승률 GE Vernova (GEV) 가이드 상향 Q1 수주 $18.3B (+71% YoY), FCF $4.8B FY FCF 가이드 $6.5–7.5B (중간값 +40%) → 데이터센터 수주 한 분기에 2025년 합계 초과 방어·실물 섹터 +1.65~2.80% 유틸리티 +2.80% · 산업재 +1.75% 필수소비재 +1.65% — "전기·설비·필수재" 엔터프라이즈 SaaS 의심 ↘ 구독·좌석 모델 — "AI가 갉아먹지 않나?" ServiceNow (NOW) −17.7% EPS 인라인 · 매출 살짝 비트 그래도 폭락 GM 가이드 81.5% (기대 82.1%) + Armis 마진 희석 → GS $188→$163, Jefferies $175→$135 Salesforce · IBM · Microsoft −3 ~ −9% CRM −8.88% · IBM −7.94% · MSFT −3.15% IBM은 실적 비트했으나 가이던스 동결 → CRM은 6일 상승 랠리가 하루에 끝남 월가 목표가 컷 일제히 골드만·Jefferies·Piper 모두 NOW 타겟 하향 등급은 Buy 유지 — "장기 테제는 살아있다" "AI 수혜주"라는 한 단어가 "정확히 뭘 파느냐"로 쪼개지기 시작했다 자료: CNBC Markets, TheStreet, CNBC TXN, Reuters (2026-04-23 기준)

왼쪽은 어제 시장이 지갑을 연 쪽, 오른쪽은 닫은 쪽이다. 같은 “AI 수혜주” 바스켓 안에 들어 있던 이름들인데, 시장은 “물건을 납품하는 쪽(칩·전력)“과 “구독을 파는 쪽(SaaS)“으로 칼같이 쪼갰다.

4. 유가는 왜 또 +3%였나 — 호르무즈는 여전히 닫혀있다

같은 날 WTI +3% → $95.85, Brent +3% → $105.07(자료: CNBC, 2026-04-23). 주식이 빠진 날에도 유가는 올랐다.

이유는 짧다. 호르무즈 해협 상황이 풀리지 않았다. 미·이란 휴전은 연장됐지만, 이란은 여전히 “자국 허가 없이는 선박 통과 불가”를 주장하고 있고, 상업용 선박에 발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반박했지만, 시장은 통제권이 누구 손에 있는지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는다. 탱커가 실제로 움직이는지 아닌지를 반영한다. 어제도 탱커는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유틸리티 +2.80%가 섹터 1위였던 것도 여기서 설명된다. 원유가 비싸면 천연가스와 전력도 따라 오른다. 금리는 내렸다(10년물 4.30%). 유틸리티는 고배당 + 금리 민감 + 필수재 3박자가 맞는 섹터라 오늘 같은 날 가장 잘 먹힌다.

5. 실적 시즌 큰 그림

FactSet 집계에 따르면, S&P 500 87개사가 지금까지 Q1을 발표했고 81%가 EPS를 이겼으며 76%가 매출을 이겼다(자료: FactSet Earnings Insight, 2026-04). 숫자만 보면 호실적 시즌이다.

그런데 어제 본 것처럼 “숫자를 이겨도 주가가 빠지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 이건 실적 시즌 후반부에 나오는 전형적 신호다. 시장이 이미 좋은 실적을 가격에 반영해둔 상태에서, 추가 호재가 없으면 차익실현이 먼저 움직인다. 그러나 어제의 특이점은, 차익실현이 “모든 테크”에 일어난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vs 하드웨어” 선을 따라 쪼개졌다는 점이다.

6. 내일(금요일) 볼 것

어제의 질문, 오늘의 질문

하루 전 글에서 나는 “반도체가 시장을 끌고 있다”고 썼다. 어제 시장은 그 말을 더 정확하게 다듬어줬다. 끌고 있는 건 “반도체 전체”가 아니라 “AI 전기 스택에 물건을 실제로 납품하는 쪽”이다.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이 이야기의 수혜주에서 용의자로 자리를 옮기는 중이다.

확신 없다. 이 그림이 하루짜리인지, 2026년 후반부 테마인지는 실적이 두어 분기 더 나와봐야 안다. 한 줄로 정리만 해둔다. 시장이 “AI 노출”이라는 한 단어로 뭉뚱그려 부르던 종목들을, 지금은 한 명씩 불러 세워서 “너는 정확히 뭘 파냐”고 묻기 시작했다. TI가 “전원 칩”, GEV가 “변압기”라고 답했을 때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ServiceNow가 “워크플로 자동화”라고 답했을 때, 시장은 “그건 이제 Claude·ChatGPT도 하는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내 포트폴리오에선 당분간 순수 SaaS 비중을 늘리지 않을 생각이다. 물론 나도 틀릴 수 있다. 오늘부터 한 주가 증명의 시간이다.

참고 자료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개인 공부 기록이자 의견이며,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


Share this post on:

Previous Post
P/E — 이 숫자 하나로 주식이 비싼지 싼지 말하는 법
Next Post
1년 만에 +74% — 오늘 저녁 Intel이 Lip-Bu Tan 턴어라운드의 진짜 숫자를 낸다